양복을 입고 의식은 나막신을 신고 태연한듯 출근하십니다.
대기업도 아닌 소호(soho)산업도 아닌 공장으로 가십니다.
우리동네 양의문 교회 뾰족지붕 같은 마음
깨끗한 선을 긋는 연필과는 달리 하늘을 찌릅니다.
아프다는 소리 들리는 듯 합니다.
공장의 모든 재료는 걸음걸음마다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해마다 피워낼 꽃으로 만들 것인지
꽃들을 비출 햇빛일 것인지
이기심의 땟깔고운 포장을 거두십니다.
국물에 진액을 다 뺏긴 불어터진 다시마 같이
퉁퉁부은 얼굴 산모였던 어머니 같이
결국 누군가를 위해 다 주고 가십니다.
미완성의 시제품 더러 완제품은 사랑이라 이름된 통장에 자동 입금되고
일부러 걸어나가 내일을 맞을 것입니다.
남편보라고 준 글이 결국 나를 향하고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이를 의지하지 않으니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내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낭떠러지가 있다해도 첨벙 뛰어 들겠다고
농담을 하고 있으니......
아니! 이런 위험한 아줌마가?
하지만 독자들이여 걱정하지 마시라.
나와 남에게 상처 입힐만한 그릇이 못되니까.
더구나 영원한 내 영혼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끝으로 필자의 결혼 보고서를 장식하는 의미에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묘사로 막을 내릴까 한다.
^*^
그러나 그대들이 같이 있음에 공간이 있게 하라.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로 춤출수 있도록.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의 구속을 만들지 말라. 그대들 영혼의 해변에
일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
상대방의 잔을 채워주되 한잔으로 마시지 말라.
당신의 빵을 상대방에게 주되 같은 빵을 서로 먹지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자는 혼자 있도록 하라.
마치 거문고의 줄이 같은 음악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혼자있는 것과 같이.
너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주되, 상대방이 소유하지 않게 하라.
생명의 손만이 너의 마음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느니라.
같이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지 말라.
성전의 두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으며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상대방의 그늘에서 자랄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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