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입사 동기인 그는 그야말로 인기가 최고이다.
노처녀 한 직원으로부터는 이상형의 남자요, 기혼인 직원에겐 유머로 재미있고, 총각들에겐 업무외의 직장내 LAN설치며
앞서가는 컴퓨터 관련 지식으로 항상 중심에 있는 듯 하다.
그는 불혹의 문턱에서, 호적상은 1살 차이여서 친구쯤으로 여기겠지만 실제로 그 보다 나는 몇살 더 먹었다.
둘 다 학부는 문과에다 혈액형이며 성격이 비슷하고 더군다나 입사동기라는게 무슨큰 특권이라도 되는 양 업무에서도
각자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가며 버팀목이게 한다.
사무실이 마주하고 있어 그방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방으로 와서 말로 다 풀고 간다.
업무계획서며 보고서는 그렇다쳐도 스스로 업무평가서에 공산주의도 아닌데 자아비판을 하랴는 둥, 예민반응을 보이더니
이것저것 스트레스 첨가에 사표를 준비했나 보다. 그래서인지 가끔 겁도없이 행동한다.
아마도 열을 받았는지 외근 일거리가 있는 날, 같이 외출해 줄것을 종용하며 막무가내 손목을
잡아끈다. 하던일은 그리 급하지 않으니 바람이나 쐬고와서 해야지하는 생각으로 따라 나선다.
들길 산길을 누비며 볼일이 있는 쪽으로 가는길에 드라이버도 하고, 지나가는 예쁜처녀라도 보이면 태워가자는 둥
실없는 말에 동조하며, 구석구석 지리를 어떻게 이리 잘 알고 있냐고하면 전용운전기사로 취직했는데 몰라서 되겠냐는 둥
싱겁기가 그지없다.
아내의 든든한 직장을 믿는건지, 준비된 사직서는 대기중 신호에도 못견뎌하고, 정력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모르는 ?같이
마누라 빼고 모든 여자들이 다 예쁘다는 둥, 누가 자기를 살짝 건들이기만 해도 홀딱 넘어가겠다는 둥, 농담반 진담반에
나를 믿고 하는 소리지만 그가 너무나 철없어 보여 우습기만 하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예쁜 딸 아들 각각 한명씩, 그림도 좋게 한 가정의 가장이다.
7년을 살고나니 마누라는 자기몸의 일부라서 별 느낌이 없다면서 아내와 여자는 다르단다.
그를 보면서 그 나이에 내남편도 그랬겠구나하는 짐작이 간다.
결혼후의 남자라면 대부분 그와 비슷한 속내를 가질수도 있겠지만, 실천하기란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시간과 돈도
필요하고 거짓말도 해야하고 보통으로 머리를 굴려서는 들통나기 십상이고, 왜 그리 피곤한 일을 하려고 하는지.
주체못할 정력, 허전한 마음이 있었다면 더 좋은쪽에다 발산을 할일이지, 어째 꼭 아내들 질투나게시리 이성 쪽일까?
자신의 위치는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여간 남자들은 언제쯤 철이 들까?
어쨌거나 아내들이여, 철이 늦게 들던지 말던지 지나치게 따지거나 긁지말고, 맡은바 할일 잘하고, 태산같은 자부심으로
제자리를 지킬 일이다. 자신의 안팎을 튼튼하게 가꿀 일이다. 기껏해야 멀리도 못갈 아내 손안에 귀속된 몸이 아닌가.
-------아내여 그대는 여자와는 다른 좀더 고귀한 존재다.---------내 자신에게도 주문을 걸면서 산다.
아참!
철 좀 들게시리 오랫만에 남성독자를 위해, 그리고 예쁜 미혼독자를 위해 꼭 읽으면 좋을
<살아가는 지혜 사랑하는 기술> 앙드레 모르와의 1995년 풍림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권하건데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읽어도 책꽂이에 간직하고 싶을 것이다. 젊은이를 위한 테마 에세이로 생각하는 지혜, 사랑하는 지혜, 일하는 지혜
사람을 움직이는 지혜, 나이를 먹는 지혜로 짜여져 있는데 정말 책다운 책이다.
결혼에 대한 한 대목을 보면 "젊은이가 순결을 간직한채 결혼에 임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결합된 두 사람은 피차 무지하고
서투르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이혼의 경지에 이르거나...." 등등 손해나지 않을 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 모조리 읽어보고 싶은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조급증이 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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