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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대승육정참회문

 

  
                                                                                                               【元曉大乘六情懺悔】 원효대사(617-686) 

법계를 의지하여 처음 수행을 시작한 사람은 어느 것에도 헛된 행동을 함이 없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공덕을 생각함으로써 널리 육도중생을 위하여 시방의 무량한 부처님께 귀의해야 합니다.

여러 부처님들은 서로 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같지도 않으니, 한 부처님이 곧 일체의 부처이고 일체의 부처님이 곧 한 분의 부처이십니다. 비록 머무는 곳이 없으시나 아니 계신 곳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나 모든 것을 다 하시니, 낱낱의 모습과 낱낱의 털구멍이 한없는 법계에 가득차서 장애나 차별이 없고 중생을 교화하시기에 조금도 쉼이 없으십니다.

어찌하여 그런가. 모든 부처님은 시방삼세가 한티끌 한생각 중에 있고, 생사와 열반을 다르지 않게 보아 대비와 반야로 그 둘을 잡지도 놓지도 않음이 불법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곳 연화장에서는 노사나불이 연화대에 앉아 끝없는 빛을 발하시어, 수많은 중생을 모아놓고 설할 것 없는 대승법을 펴시고 허공을 꽉 매운 많은 보살대중도 누릴 것 없는 대승법락을 받아 누립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하나의 실재가 삼보인 아무 허물없는 여기에 함께 자리하면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함이 장님, 벙어리나 다름없으니 불성이 없음인가, 어찌 이러한가. 무명으로 전도되어 허망하게 바깥경계를 짓고서 나(我)와 나의 것(我所)을 집착하여 갖가지 업을 짓고 스스로 무명에 덮이고 가려져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마치 아귀가 강에 다다랐으나 마치 물이 불로 보이는 것과 같구나.

그러므로 이제 부처님 앞에 깊이 부끄러운 마음과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어 지성으로 참회합니다.

“저와 중생이 시작없는 때로부터 무명이 취하여 지은 죄가 너무 많습니다. 오역죄와 십악죄를 골고루 짓되, 내 스스로 짓거나 남을 시키거나 또는 남이 저지르는 것을 함께 좋아했으니 이렇게 많은 죄들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과 성현들이 증명해 주소서. 이미 지은 죄는 길이 부끄러운 마음을 내고, 아직 짓지 않은 죄는 다시 짓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죄는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뭇 인연이 화합한 것을 거짓으로 업이라 이름했을 뿐이니, 연에 즉해서도 연을 떠나서도 업의 실상은 없습니다. 짓는 자의 안에 있지도 않고, 밖에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중간에 있지도 않습니다. 시간상으로 과거는 이미 없어져버렸고, 미래는 아직 생기지 않았으며, 현재는 머무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어가는 행위도 머무름이 없고 따라서 생멸이 없습니다.

애초에 있는 것(有)이라면 생겨났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애초에 없으니 어떻게 생겨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본래 없는 것(無)과 지금 존재해 있는 것(今有) 둘이 화합된 것을 생이라 한다면, 본무일 경우는 今有가 없거나 今有일 경우는 본무가 없어야 합니다. 선과 후가 만나지 못하고 유와 무가 합치지 않아서 두 뜻이 합해지지 않으니, 어느 곳에서 생겨났다고 하겠습니까. 모아짐(合)의 의미가 이미 사라져 흩어짐의 의미도 또한 성립될 수 없으니, 모아짐도 아니고 흩어짐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으로 무(無)일 경우는 유(有)가 없으니 무엇을 상대하여 무가되며, 유일 경우는 무가 없으니 무엇에 기대어 유가 성립하겠습니까. 선후와 유무가 모두 성립되지 않습니다. 업의 성품은 본래 없는 것이어서 애초에 생겨나지 않은 것이니 어느 곳에 생겨났다 생겨나지 않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생겨났다 할 수도 없고 생겨나지 않았다 할 수도 없으며, ‘할 수 없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업의 성품이 이렇듯이 모든 부처님의 성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전에 말하기를 ‘비유하면 중생이 업을 만들어 지으니 혹은 선하고 혹은 악하지만 이 사람의 안에 있지도 않고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업의 성품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라고 했으니 또한 이와 같습니다.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게 된 것은 까닭없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지을 것도 받을 것도 없지만 시절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과보를 받습니다. 만일 이렇게 업의 실상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참회하는 자는 사중오역죄(四重五逆罪)를 지었다 해도 아무런 일이 없으니 마치 불이 허공을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방일하여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업의 실상을 생각지 못하는 자는 비록 죄의 성품이 없다고는 하지만 장차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마치 마술용 호랑이가 도리어 마술사를 삼켜버리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모든 세계의 부처님께 깊이 부끄러움을 내어 참회를 해야 합니다. 참회하는 때에는 참회한다는 생각조차 내지 말아야 합니다. 참회의 실상을 생각하면 참회의 대상인 죄가 이미 없는데 어찌 참회의 주체가 있다 하겠습니까. 주체와 대상이 모두 다 성립할 수 없으니 어느 자리에 참회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모든 업장에 대해 이와 같이 참회하고 나서, 육정(六情)을 방일함에 대해서도 마땅히 참회해야합니다.

“나와 중생은 모든 법이 애초에 생겨나지 않은 것(無生)임을 알지 못하고, 망상으로 전도되어 나(我)와 나의 것(我所)을 헤아리며, 안으로 六情을 세워 거기에 의지해서 분별(識)을 내고, 밖으로는 육진(六塵)을 만들어 그것이 실제로 있는 것(實有)이라고 집착하면서 이것이 모두 내 마음이 지어낸 것으로 꿈같고 허깨비 같아서 결국에는 있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한채로, 헛되이 남자다 여자다 하는 생각을 내어 많은 번뇌를 일으키고, 스스로 얽매고 묶이어 오래도록 고해에 빠져 벗어날 요채를 구하지 않았으니 가만히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비유하면 잠잘 때 잠이 마음을 덮어서 허망하게도 큰물에 자기의 몸이 휩쓸리는 것을 보고는, 다만 이것이 꿈꾸는 마음으로 나타난 것인 줄 알지 못한 채 실제로 물에 빠져 헤맨다고 생각하여 두려운 마음을 내며, 잠이 깨지 않는 때에는 또 다른 꿈을 꾸면서 내가 보았던 것은 꿈인 줄 알기 때문에 물에 빠져 있으면서도 겁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몸이 침상위에 누워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서 고개를 움직이고 팔을 내저으면서 완전히 깨어나려 합니다. 완전히 깨었을 때 앞의 꿈을 쭉 따라서 생각해보면 물과 떠내려간 몸은 간데없고, 오직 본래 고요히 누워있음을 볼 뿐입니다. 긴 꿈(長夢)도 이와 같아서 무명이 마음을 덮어서 헛되이 六道를 짓고 八苦를 유전하다가, 안으로는 제불의 불가사의한 훈습력과 밖으로는 제불의 대자비로 세우신 원력에 힘입어 겨우 믿고 이해하니, 나와 중생이 오로지 긴 꿈을 꾸면서 허망하게도 그것을 실제라고 여기고 육진의 남녀모습에 좋아하거나 싫어하니, 이것이 모두 꿈이요 실제의 일이 아니니, 어느 곳에 기쁨과 근심을 내며 또 어느 곳에 탐욕과 성냄을 내겠습니까. 이러한 夢觀을 자꾸자꾸 생각하면서, 점차로 여몽삼매(如夢三昧)를 얻게 되고, 이 삼매로 말미암아 무생인(無生忍)을 얻어서 마침내 긴 꿈에서 깨어나니, 본래 유전이 전혀 없고 다만 일심이 평등하여 한결같은 침상에 누워있을 뿐임을 바로 알게 됩니다.

만일 벗어나기를 이와 같이하여 끊임없이 생각한다면 비록 육진경계를 대하더라도 실제라고 여기지 않으니, 번뇌와 수치 참괴가 스스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대승육정참회라고 합니다.



우리 큰스님께서 늘 말씀하신 걸
원효대사께서도 예전에 말씀하셨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공부가 조금 되고 보니 너무나 옳으신 말씀들!

큰스님 살아계실 때 좀더 귀담아 듣고 수행을 잘할 걸 후회하면서
이리 사경하고 보니 정말이지 이제는 육진경계에 끄달리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왜 그렇게 허깨비 장난에 놀아났는지...

 
이 내면의 불가사의한 부처님 세계는
진정으로 자신을 맑혀가지 않는 한 정말이지 볼 수 없음을 알아가고 있다.


일체제불님들이시여 고맙고 감사하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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